연구원출신 창업 유제인씨 "돕겠다는 사람 너무 믿지 마세요"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53분


ENE시스템의 유제인사장(47)은 무더위가 찾아오면 더욱 바빠진다.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캡슐형 빙축열 냉방시스템을 개발한 업체.값싼 심야전력으로 밤에 냉동기를 운전해 얼음을 만들어 다음날 주간에 얼음을 녹여 나오는 냉수를 순환해 건물을 냉방하는 방식이다.

“간단해 보이는 기술이지만 물을 빨리 얼리고 녹이는 기술 등이 부족해 외국에서 수입하거가 라이센스 생산했던 것을 우리가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죠”

생산기술연구원의 연구원이던 유사장은 국내 ‘스핀오프’ 1호.스핀오프제란 회사나 대학 연구소 근무자가 자기 기술을 갖고 독립하는 것을 말한다.

유사장은 20여년간 몰두해온 빙축열 기술을 들고서 97년 회사를 차렸고 3년째인 지금은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97년 6월 창업해 반년간 5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ENE는 올해는 60억원의 매출을 바라볼 정도로 매년 급성장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투자기’라 이익률은 그리 높지 않은 형편.그러나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익을 거둬 들일 단계”라고 유사장은 자신했다.

이제는 연구원 티를 벗어나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유사장은 창업을 준비하는 연구원들에게 “창조를 하려면 파괴를 해야 하듯 아이디어와 사업 마인드만 있으면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연구원 창업 선배’ 유사장이 강연 등을 통해 들려주는 ‘연구원 창업 5계명’.

▽“그럼 도와주지”라는 말에 속지 마라〓창업하기 전에 “사업을 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은 대개 안도와준다.대신 “왜 창업하려고 하느냐”고 말리는 사람들이 나중에 많이 도와주더라.주변의 듣기 좋은 말에 너무 쉽게 넘어가지 말라는 얘기다.

▽‘독불장군식’ 창업은 곤란〓자기 기술 하나 믿고 혼자 창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같이 연구하던 동료의 경험을 함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나만 해도 생기연에서 함께 고생하던 강한기연구원과 함께 창업한 것이 제품개발의 연속성이나 시너지 효과에 효율적이었다.

▽기술 영업 자금의 3박자-〓연구원 출신들이 빠지는 오류 중의 하나가 기술을 가졌다고 너무 자신을 갖는 것이다.그러나 기술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기술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대개의 기술이란 유일무이한 기술이 아니고 대체기술이 있게 마련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판매망이나 판매원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 등을 고민하는 등 종합적인 사업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최고의 무기는 역시 전문성〓우리 회사가 성장해나가자 주변에서 관련 신규 사업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그러나 전문 기업은 사업상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곁가지를 기웃거리면 역시 전문성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점을 알아야 한다.이점은 특히 연구원 출신 기업에게 중요하다.전문화하다보면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돌아가는 경향이나 상용화 방법이 보이는 등 사업에 상당한 강점도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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