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 살까…말까…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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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큰 맘 먹고 현대자동차 싼타모 LPG 모델을 구입했던 회사원 남모씨(32)는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매력 때문에 LPG 차량을 선택했지만 최근 정부에서 LPG 가격을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정부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 가격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경유는 휘발유 가격의 70∼80% 수준까지, LPG 가격은 55∼65%까지 오르게 된다. LPG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65% 수준으로 오른다고 보면 ℓ당 337원에서 767원으로 두 배 이상 뛰게 되는 셈.

남씨가 운전하는 현대 싼타모 7인승 모델의 연비는 ℓ당 8.6㎞. 한 달에 3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남씨가 1년간 부담해야 할 유류비는 현재 141만원 정도에서 347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물론 연비 10㎞ 정도인 중형차를 운행할 경우 460만원 가량이 유류비로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아직 경제성은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LPG 충전소를 찾기가 어렵고 연비가 낮아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LPG 차량이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보고 있다.

LPG 가격이 올라 LPG 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경우 중고차 가격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LPG 차량 구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

기아차의 카렌스, 현대차의 트라제XG, 대우차의 레조 등은 거의 100% LPG 차량으로 출고되고 있다. 현대의 싼타모는 약 90% 정도가 LPG 모델이고 현대의 갤로퍼나 기아의 카니발, 쌍용의 무쏘와 코란도는 40% 정도가 LPG 차량이다.

▽자동차업계의 반발〓아직 대규모 해약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LPG 가격 인상이 LPG 차량에 대한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자동차업계는 4일 정부의 경유 및 LPG 가격 인상안에 대해 “막대한 소비자 부담과 자동차산업 발전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징세 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협회측은 “조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휘발유의 세율 인하 없이 LPG와 경유의 세율만을 대폭 인상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경유와 LPG 사용 자동차에 투자된 막대한 연구개발비 및 시설투자비의 회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산 단축으로 인해 완성차업계는 물론 중소부품업체의 경영 악화와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생업용으로 LPG 및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 소비자들의 유지비가 크게 증가될 뿐만 아니라 운송사업에도 부담이 대폭 전가돼 물류비와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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