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도전과 응전]부품업계도 글로벌 경쟁시대

  • 입력 2000년 7월 2일 21시 22분


대우자동차 입찰제안서의 접수 마감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현대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차의 해외 매각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우차가 해외에 매각되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존이 위태로와진다며 국내 업체가 포함된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루가 지난 28일에는 대우차 협력업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현대 승용차를 불태우면서 “대우차가 현대측 컨소시엄으로 넘어가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정부측에 촉구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부품업계에서 모(母)기업에 따라 상반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4월에 내놓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로 모기업과의 수직적인 거래 관계를 꼽고 있다. 현대 기아 대우 등 자동차 3사는 각각 400여개의 부품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부품업계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한 곳에만 납품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한정될 수 밖에 없고 경쟁을 통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초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업체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온라인 부품 공동구매 벤처업체에는 일본의 닛산과 프랑스 르노가 참여했다. 가장 좋은 부품을 가장 싼 가격으로 조달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지역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부품을 가장 싼 곳에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부품업계도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등을 생산하는 GM의 자회사인 델파이는 자동차 부품만으로 연간 300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다. 국내 자동차업계 대표주자인 현대차 1년 매출액(기아차 포함)의 3배에 이르는 액수다. 델파이 뿐만 아니라 보쉬 비스티온 덴소 등 매출액으로 1∼4위 부품업체는 모두 현대차보다 덩치가 크다.

국내 부품업계는 어떨까. 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 속한 1000여개 부품업체 가운데 연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곳은 불과 10여곳 뿐이다. 그나마 상위 40여개사가 전체 납품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한해 매출이 20억원 미만인 곳이 600개사가 넘는다. 국내업계의 영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우차가 해외 매각되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도 엄청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산업도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체제에 맞춰 전문화 대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대우차 해외 매각은 단지 시간을 앞당겼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체제 편입은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위기이자 기회를 가져다줬다. 대우차 협력업체는 포드쪽 부품 계열사와 제휴를 통해 선진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나 기아차 협력업체들도 다임러나 미쓰비시와 제휴한 덕을 톡톡히 볼 가능성이 높다. 또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된다는 것도 큰 기회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 산업은 자동차산업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부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측의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