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다시 시작되나' 자금시장 급속 냉각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자금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15일 채권시장에서는 S그룹의 워크아웃 루머가 퍼지면서 회사채 거래가 마비되고 국고채 금리도 하루 만에 0.05%포인트나 뛰어올랐다. 투신사 채권운용 담당자들은 “정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그동안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못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염려 때문에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이러다간 구조조정을 마치기도 전에 ‘판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시장을 지배했다.

성금성(成金盛)현대투신운용 이사는 “6∼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8조∼9조원에 달한다”며 “이중 워크아웃으로 자동 연장되는 물량과 일부 A급 이상 채권을 제외한 1조5000억원 어치의 중견기업 물량이 대부분 차환 발행되지 않을 것”으로 걱정했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BBB급인 기업도 차환발행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관걸(李觀杰)한양증권 채권부장은 “최근 한 기업이 30%대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시장 반응이 냉담해 채권발행을 하지 못하고 거둬들였다”며 “지금은 금리수준은 상관없이 발행자체가 안 되는 위기국면”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상환을 약속한 4조원 어치의 대우담보 기업어음(CP)을 80%만 상환해주기로 선언한 후 투신권의 운용은 비정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 투신운용사 사장은 “대우 담보 기업어음을 80%만 돌려주면 투신사와 은행 등이 물어야 하는 손실은 8000억원에 이른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이 채권시장의 기능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투 대투의 기능을 겨우 살려놓았다고 하지만 중견기업 자금난으로 추가부실이 우려되는데다 펀드매니저들의 ‘몸사리기’식 운용 패턴도 자금시장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고 있다.

권경업(權京業)대한투신 채권운용팀장은 “20일 예정된 투신 신탁재산 공개방침과 7월1일 시가평가 실시의 후유증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며 “투신사 신뢰회복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전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삼성 LG SK그룹 등 우량한 3대 그룹을 제외하고는 자금을 끌어쓸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초단기 운용물인 CP도 리볼빙(연장)이 안 되고 있국면으로 번지고 있다는 게 자금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유병득(柳炳得)삼성투신운용 이사는 “신용등급이 매겨져 있는 600여개 기업중 삼성 LG SK계열의 일부 20개 초우량 회사를 제외한 기업의 회사채 대부분이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2조원의 회사채 중 신용경색 영향을 직접 받는 B등급 채권의 비중은 전체의 40%선으로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