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인증못받던 핵심부품 '신뢰성' 평가키로

  • 입력 2000년 6월 8일 20시 04분


반도체 제조공정에 들어가는 필터를 2년에 걸쳐 개발한 J사.그러나 어렵사리 성공한 제품개발이 되레 ‘재앙’의 시작이었다. 이 제품이 ‘쓸만하다’는 평가를 내릴 만한 기관이 국내에는 어디에도 없다는 이유로 J사의 제품은 국내 어느 대기업에서도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결국 애써 개발한 신제품은 창고에 쌓인 채 고물이 돼 갔다.

S사가 개발한 토목섬유라는 신소재도 같은 비운을 겪었다. 역시 2년동안 공들여 내놓은 야심작이었지만 국내에서 이를 인증해줄 기관이 없어서 미국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려던 애초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산업의 ‘허리’라고 불리는 부품 소재 산업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약점 중의 하나. 업계에서는 이처럼 부품 소재 산업이 취약해진 이유중의 하나로 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제대로 평가할 기관이나 기술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피땀흘려 개발해놓고도 이 장벽에 막혀 오랜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국내에서 개발한 부품 소재에 대한 책임있는 ‘신뢰성 평가’를 하기로 하고 8일 1차적으로 12개 품목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품목은 △당장 평가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거나 △시장규모가 크고 △세계 시장 진출 전망이 좋은 것들로, 구체적으로는 유압실린더 라디에이터 오일필터 필터 등이다.

산자부는 이들 부품 소재를 대상으로 품질 신뢰성 평가 작업을 마칠 방침.

산자부는 이들 품목들이 평가기관으로부터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는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사용한 업체들에게 피해를 보상해 주는 ‘신뢰성 보험’제도를 다음달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산자부는 보험요율로 인한 생산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기존의 공제제도를 응용한 최저 요율의 보험 상품을 이달 내에 개발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이같은 신뢰성 제고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2003년에는 42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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