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빅뱅(中)]바짝 다가온 은행권 '짝짓기 계절'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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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은행합병 원칙이 발표됨에 따라 은행권의 짝짓기가 가시권에 진입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장은 “우량은행의 경우 향후 3개월 동안 합병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일단 합병의 물꼬가 터지면 예상치 못한 합병조합이 튀어나올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좁혀지는 은행 짝짓기〓지난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 연례회의에 참석할 때만 해도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 살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던 한미은행 신동혁(申東赫)행장은 8일 “전반적으로 합병분위기가 강해 외자유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계 투자은행인 칼라힐스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외자유치가 끝나는 대로 합병대상을 찾겠다는 것. 금감위는 그동안 한미은행의 외자유치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정부가 밝힌 합병의 인센티브로 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미은행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국민 주택 하나은행 등이 갖는 관심은 남다르다.

가장 먼저 거론됐던 주택-국민은행의 조합은 김상훈(金商勳)국민은행장과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이 공식석상에서 “소매금융 전문 은행끼리의 합병은 시너지효과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과 주택의 합병대상 대안은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주택-하나의 경우 대주주가 각각 세계적인 보험그룹인 ING와 알리안츠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ING와 알리안츠가 각각 국내 보험영업력 확충을 위해 국내 은행과 손잡았는데 합병할 경우 국내 진출 목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입장도 난처한 실정. 행장의 의중은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하나 한미은행의 임직원들이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되면서 장기신용은행의 장점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며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와 한미은행의 합병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합병 후 자산규모가 83조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관계자들은 합병 후의 은행경쟁력 강화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예상 못할 합병조합〓현재 각 은행장들이 쏟아내는 말로 시장에서는 나름대로 은행간 짝짓기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합병이 가시화되는 다음달 이후 예상 못한 합병구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변수는 우선 독자생존을 주장해온 신한은행이 합병대열에 끼어들 수 있다는 점과 외환은행이 공적자금 투입 은행 금융지주회사로 묶이지 않고 우량은행간의 합병 조합에 편입될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합병 시나리오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금융연구원 김우진(金愚珍)연구위원은 “일단 어느 한 곳이라도 합병을 시작하면 초조해진 다른 은행들이 의외의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시너지효과가 무시된 합병보다는 독자생존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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