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로비파문 새국면]"與K후보에 1억줬다"

  • 입력 2000년 6월 8일 03시 29분


‘4·13’ 국회의원 총선 직전 동아건설 경영진이 여야 각 당의 총선 출마자 100여명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K후보에게 1억원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동아건설측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라 ‘동아건설 정치자금 살포 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동아건설의 선거자금 살포 사실이 본보 보도를 통해 밝혀진 5일 이후 선거자금 수수사실을 시인한 총선 출마자들은 대부분 500만원 안팎의 자금을 받아 후원회 영수증 처리를 했다고 밝혀왔다.

동아건설 고위 임원 및 관계자들은 7일 “고병우(高炳佑)회장이 총선 직전인 3월31일 자금담당 간부를 통해 준비한 돈뭉치를 한 고위 임원에게 건네며 K후보를 직접 찾아가 전달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고회장의 지시를 받은 고위 임원은 다음 날인 4월1일 새벽 K후보의 자택으로 찾아가 자금을 전달했다고 이 관계자들은 말했다.

동아건설의 한 핵심 간부는 자금전달 과정에 대해 “돈은 선물로 위장하기 위해 100만원 돈다발을 10개씩 포개 선물용 포장지로 싼 뒤 이 1000만원 뭉치 10개를 쇼핑백에 차곡차곡 넣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이어 “고회장이 K후보에게 전달토록 했던 돈은 회사의 비자금 가운데 일부로 전달 사실이 탄로날 경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두 현찰(1만원권 신권)로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회장은 돈이 전달된 당일 새벽 심부름을 맡은 고위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전달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아건설의 다른 한 고위 간부는 고회장이 이처럼 거액의 정치자금을 마련한 경위에 대해 “건설공사 하도급 과정에서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조성해 정치권에 전달한 돈만도 1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며 “따라서 ‘4·13’ 총선 당시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전달된 돈은 당초 예상보다 많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또 “로비대상자 명단 가운데 A, B, C, D의 4등급으로 분류 기재된 후보자들은 대부분 2000만원 이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들 외에 고회장이 직접 챙긴 후보자들은 수천만원에서 1억여원까지의 거액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아건설측이 1억원을 지원했다는 민주당의 K후보는 본보 취재팀이 입수한 45명의 선거자금 지원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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