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주가현주소]올들어 시가총액 9조나 줄어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42분


29일 주식시장은 온통 현대그룹의 움직임에 촉각이 곤두세워지며 장중 주가등락이 극심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현대그룹 파장이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을 것으로 판단, 일단 ‘지뢰밭은 피해가라’는 조언이다.

▽현대그룹주 현주소〓상장된 17개 계열회사의 평균주가가 올들어 53%나 하락했다. 우선주를 제외한 시가총액도 연초 26조3986억원에서 16조9623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올들어 주가하락으로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무려 9조4363억원어치나 줄어들어 주주들의 손해로 그대로 이어졌다.

종목별로는 그룹 간판주식인 현대자동차가 53% 하락했고 현대전자 -41% 현대중공업 -56% 현대증권 -74% 등 ‘얼굴마담’들이 모두 침체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현주가가 액면을 밑도는 종목만도 고려산업개발 대한알루미늄 울산종금 인천제철 현대강관 현대건설 현대미포조선 현대상선 현대정공 등 증시에서 ‘왕따’종목으로 천덕꾸러기 신세다.

▽외국인들 선별 매수조짐〓29일 증시에서는 현대그룹 움직임이 부산해지면서 일부 외국인들이 그룹 주력사 중심으로 선별적인 매수주문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그룹에는 한국을 지탱하는 중후장대한 전통제조업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 그룹사 주가움직임은 전통주 주가움직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만 올들어 그룹사 주가동향을 보면 굳이 현대쪽만 하락한 것도 아니다. LG그룹 주가가 평균 62%나 급락했고 한진 한화 대우그룹 등의 주가가 현대그룹보다도 더 떨어진 상태.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주 열풍과 코스닥시장 활황으로 그룹사 주식들이 대거 된서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현대그룹 파장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정부와 현대그룹간 힘겨루기 양상이 이어질 경우 주가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지뢰밭은 피해라’〓당장 지금 시점에서 현대그룹주식을 ‘매수’하거나 ‘보유’하라고 추천하는 전문가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사태가 쉽사리 타결될 것 같지 않아 당분간 ‘안개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

현대그룹 주식도 일괄적으로 거론하기보다는 업종 내에서 경쟁회사 주가와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손절매를 할 것인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신우(姜信祐) 템플턴투신운용 상무는 “사태해결의 계기가 주어진다면 현대그룹 주가도 반등세를 보이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현대그룹에 대한 투자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을 지체하면 시장이 심판을 내릴 것이란 경고가 자본시장의 분위기다. 이원기(李元基) 리젠트자산운용 사장은 “현대부실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현대가 계열사 지원을 하지 않는 등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때까지는 투자위험은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