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경제팀 출범 100일]물가안정-高성장 성과…빈부격차 짐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거시경제 운용은 합격, 소득구조 개선은 미흡, 경제개혁은 진행중.’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22일로 출범 100일을 맞은 정부 경제팀의 성적표에 대해 ‘대체로 양호하지만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 이기호(李起浩)청와대경제수석 등으로 짜여진 경제팀이 가장 내세울 만한 성과는 성장률 물가 실업 등 각종 경제지표가 대체로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1·4분기(1∼3월) 중 경제성장률은 12∼13%로 추정돼 지난해에 이어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소비자물가는 3월말 현재 1년 전보다 1.5% 오르는데 그쳤다. 5%를 웃돌던 실업률도 4%대로 낮아졌고 금리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자릿수로 안정됐다.

수시로 열리는 경제정책조정회의와 경제장관간담회를 통해 부처간 이견을 원만하게 정리하고 현안에 대해 순발력 있게 종합 대응방안을 마련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 경제팀의 수장인 이헌재장관은 금융분야에 대한 식견을 토대로 조정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 경제팀은 총선 과정에서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으며 야당이 주도한 국가부채 논쟁에 휘말려 중심을 못잡는 모습을 연출했다. 의욕적으로 내놓은 중산 서민층의 재산형성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층간 소득격차가 오히려 확대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

최근 주가폭락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에게 매도 자제를 요구하고 연기금 투입 같은 설익은 방침을 내놓는 등 시장원리에서 벗어난 정책을 편 것도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팀은 앞으로 채권시가평가제와 금융지주회사 도입,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금융구조조정을 충격 없이 마무리해야 하고 재계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재벌개혁을 끝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을 뒷받침하는 작업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현안이다.

산적한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팀워크 유지가 필수적. 그러나 최근 같은 현안에 대해 장관들이 서로 다르게 발언하고 경제팀 개편 논의가 불거져 나오는 등 불협화음을 빚는 듯한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경제팀의 업무수행 능력은 검증됐기 때문에 기업 및 금융개혁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경제팀 내부의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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