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委 심사 오락가락…1차때 옥션탈락 벤처밸리 비상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대표적인 장외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입성을 무산시키며 기세등등했던 코스닥위원회가 단 2주만에 꼬리를 내리는 등 시들한 모습이다.

특히 이달 중순 1차 회의에서는 수익전망과 거래안전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보류판정을 내렸던 옥션을 큰 논란없이 무사통과시켜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현재의 심사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음달 19일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심사기준을 공표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준의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

위원회는 1차 회의때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돼 등록기각된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기각사유를 보완하면 최우선적으로 심사하겠다는 이상한 입장을 밝혔다.

▽엄격심사에서 웬만하면 통과로〓코스닥위원회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이후 처음 열린 15일 회의에서는 29개 기업중 17개사만 통과시키고 12개사는 기각, 2개사는 보류판정을 받았다.

옥션 쌍용정보통신(보류) 건잠머리컴퓨터 인바이오넷(기각) 등 장외우량기업들의 대거 탈락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 옥션이 탈락하면 다른 인터넷기업들은 코스닥등록을 아예 포기할 상황이어서 벤처기업이 몰려있는 서울 테헤란로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증시에서는 위원회가 코스닥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고 이전과는 달리 성장성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입증할 수 있는 알짜배기 기업만 통과시키는 쪽으로 심사기준이 바뀐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29일 회의에서는 정반대로 큰 하자만 없다면 통과시킨다는 것으로 180도 바뀌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15일 이후에는 코스닥등록이 매우 까다로와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2차 회의결과를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기준도 애매모호〓코스닥위원회는 15일 회의때 옥션이 99년중 39억원의 적자를 냈고 향후 수익전망도 회사측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류판정을 내렸다.

옥션은 지난해 12월부터 낙찰수수료(1.5%)를 받았고 오는 7월 수수료를 3%, 이후 최고 5%까지 올리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입장. 또 브랜드파워를 키우기 위해 광고비를 많이 썼기 때문에 적자가 난 것인데 이는 회원확보를 위한 투자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수의 코스닥위원들은 지난해 광고비가 28억원밖에 안되고 수수료를 대폭 인상해도 회원들이 옥션사이트를 떠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옥션이 당장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절박한 이유가 없다며 올해 수익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후 등록해도 늦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의동(鄭義東만) 위원장은 29일 회의가 끝난뒤 “지난 1∼3월중 매출액이 17억원으로 99년 전체 14억원보다 많고 인터넷경매 시장점유율 1위의 선도기업, 향후 성장성 등이 추가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항들인데도 위원회가 뒤늦게 인터넷기업의 특성을 거론하며 통과시킨 것은 옥션의 기업가치를 떠나 심사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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