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 후계갈등 대혼란…정몽구씨측 "그룹회장 복귀" 발표

  • 입력 2000년 3월 26일 23시 03분


정몽구(鄭夢九) 몽헌(夢憲) 형제간 갈등으로 불거진 현대그룹 내분 사태가 쉽게 수습할 수 없는 대혼란에 빠져들면서 그룹이 사실상 양분 상태로 치닫고 있다.

두 회장측이 26일 하루 동안만도 상대방 발표를 전면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세차례나 갖는 등 형제간의 후계 싸움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연출했다.

내부 혼란이 가중되면서 현대의 경영은 극한적인 혼란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 같은 사태는 국민경제와 대외신인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투자자들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정몽구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순원(鄭淳元)기획조정실장은 26일 오후2시반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몽구회장을 현대 경영자협의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한 24일자 명령을 취소하고 그를 유임토록 한다는 내용의 회사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서류의 결재란에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서명이 들어 있었다. 정실장은 발표문을 통해 “그룹 최고경영자 인사는 정몽구 몽헌회장의 협의를 거쳐 해당 기업이 발표하게 된다”며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한시적 기구로서 사업구조조정에 국한된 일만 발표하게 된다”고 구조조정본부의 24일 발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몽헌회장측은 이날 오후5시55분경 측근인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본부장과 이영일(李英一)PR본부장 명의의 보도 자료를 통해 “현대자동차측에서 발표한 내용은 정몽헌회장이 정명예회장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다”며 “24일 구조조정본부 발표가 공식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정몽헌회장의 한 측근은 “정명예회장의 진의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문서도 갖고 있으며 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몽구회장측은 오후7시경 다시 정몽헌회장측 발표를 부인하고 정명예회장의 서명이 들어간 26일자 발표가 그룹의 최종 결정이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등 그룹 경영권을 놓고 양측은 하루종일 치열한 정통성 공방을 벌였다.

한편 정몽헌회장은 이와 관련해 27일 오전10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본사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및 향후 현대 경영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정몽헌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4일 구조조정본부의 발표가 현대그룹의 공식 결정임을 재천명하고 이번 사태 및 향후 경영 방침과 관련한 그룹 회장으로서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송평인·박중현·금동근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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