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빠진 證市 보약은 없나…시가총액 300兆 붕괴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거래소시장 핵심블루칩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이 3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연일 자금이 빠지는 투신사들은 주식을 내다팔고 있어 당분간 거래소시장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 심리적 지지선인 850선이 무너진데다 800선에 근접하고 있어 자칫하다간 투매현상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증권가에서는 거래소시장에서 수요를 늘리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가총액 300조원 붕괴〓올들어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이 300조원 아래로 떨어지기는 지수가 850선 아래로 하락한 지난달 21일과 28일 29일에 이어 이번이 4번째. 14일 시가총액은 298조원에 그쳤다. 중소형 개별종목이 테마를 이루면서 상승장을 연출하고 있지만 초대형우량주는 수급구조가 깨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전 SK텔레콤 한국통신 포철 등 핵심블루칩의 경우 투신권 매물공세로 하루하루 버거운 수급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형우량주 매집주체가 없다〓초대형주에 투자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중소형 개별종목에 달라붙고 있다. 틈새장에서 지수는 하락해도 오르는 종목이 내린 종목보다 더 많은 ‘대중주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환매공세에 시달리는 투신사들은 펀드편입비중이 높은 우량주를 팔아 환매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라 주가추이에 상관없이 우량주를 매물로 내놓기에 급급하다.

투신사들은 이달들어 14일까지 1조619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해 이미 지난달 전체 순매도금액인 1조5241억원어치를 능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이달중 투신사 순매도액이 무려 3조원을 넘어설 지경.

▽‘빛좋은 개살구’ 투신 주식형 수탁고〓투신 주식형 수탁고는 13일 현재 61조9059억원. 올들어 6조3462억원이 늘었고 이달 들어서만도 9516억원이 증가했다. 수탁고 증가에도 불구,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이 우량주 매도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실제 들어오는 자금보다 환매금액이 더 많기 때문. 최대문(崔大文) 현대투신운용 이사는 “주식형잔고중에서 주식매입여력이 없는 하이일드와 CBO(후순위채)펀드를 제외하고 실제 주식편입비율까지 감안하면 주식투자금액은 겨우 25조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한국주식 투자금액 70조원을 비교하면 국내 기관들의 증시영향력이 외국인의 3분의 1에 그친다는 것.

▽비관적인 외국계 증권사 장세전망〓외국계증권사들의 장세시나리오는 일단 비관적. 총선전까지 투신사 부실문제가 거론되는 것 조차 꺼리는 시장분위기 때문에 시장기조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수출부진과 원화절상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우려감 등 거시경제 여건도 불투명해 총선전까지 증시는 약세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 관계자도 “투자심리를 떠나 수급이 맞지 않는 장세”라며 “외국인투자자들이 상승모멘텀을 제공하지 않는한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기반을 늘려야〓시장전문가들은 침체된 거래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수요기반을 늘리는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연기금투자자들이 주식운용을 늘리고 종업원퇴직금에서도 일부 주식형으로 운용해 간접투자 기반을 확충하자는 것. 장기투자가에게 세금우대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또 상장사들이 자사주가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모 주식형펀드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자사주 취득과 자사주펀드 가입도 현행보다 완화해 달라는 주문이다. 증권사들이 선발대 역할을 한 시가배당문제도 투자자 우대차원에서 전 상장사로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영해·이철용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