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9월 5일 19시 4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소환조사 주내 마무리
6일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璧)회장을 시작으로 7일 현대상선 박세용(朴世勇)회장과 8일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에 이어 9일경 정몽헌(鄭夢憲)그룹 회장의 소환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의 분위기로 볼 때 수사는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현대그룹의 조직적 개입없이 현대증권 이회장에 의해 이뤄진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단독범행일 경우 범행동기가 문제인데 이에 대해 검찰은 “경영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이회장의 개인적 야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올리기가 동기"
검찰에 따르면 이회장은 98년 초 현대전자 전환사채와 주식을 많이 인수했는데 주가하락으로 큰 손실이 예상되자 핵심측근인 박철재(朴喆在)상무에게 주가조작을 지시했으며 현대증권은 현대전자 주가조작후 전환사채와 주식을 팔아 1400억∼150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는 것.
수사팀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98년 1300억원의 흑자를 냈는데 주가조작이 없었다면 적자였을 것이고 이회장에 대한 경영책임론도 제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그룹의 입장도 주목된다.
이계안(李啓安)현대자동차 사장은 4일 검찰조사에서 “이회장이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결정적인 진술을 했다.
이사장은 정몽구(鄭夢九)그룹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그룹 경영전략팀장 및 구조조정본부 위원을 지냈다. 따라서 그의 진술은 곧 정회장 등 ‘그룹의 뜻’으로 볼 수 있으며 현대그룹은 이회장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자금요청"
한편 검찰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자금지원은 이회장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금담당자들에게 요청해 이뤄진 일이며 김,박회장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김,박회장의 사법처리는 어렵게 된다.
검찰은 5일 “김, 박회장은 조연이나 들러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몽헌회장에 대해서는 “92년 현대상선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는 그가 무모한 모험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정씨 일가를 봐주기로 하고 예단(豫斷)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 검찰은 “예단이 아니라 수사상황을 근거로 한 예견(豫見)”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현대 고위층에 대한 소환은 ‘요식행위’로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