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재계간담회 '속앓이'…정부의지 확고-별 묘안없어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47분


25일 정재계간담회를 앞두고 재계가 끙끙 앓고 있다. 대우그룹이 해체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수장(首長)격인 김우중(金宇中)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강도높은 재벌개혁을 천명한 마당에 과거 몇차례 간담회에서처럼 세제지원 등 반대급부를 요구할 처지도 못된다.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은 20일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각 그룹간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손부회장은 회동 전에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보다는 실리를 챙길 것”이라고 밝혀 개혁에 적극 화답하는 제스처를 취할 뜻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정재계간담회는 재벌들의 사업구조조정을 독려하면서 세제 금융상 걸림돌을 해소하려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개혁정책은 재벌의 금융권 지배, 총수 일가의 변칙상속 등 민감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재계의 대응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세로 굳어진 재벌개혁에 이러쿵저러쿵 사족을 달면 정부의 강공만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

김우중회장의 장기 해외체류도 큰 고민거리다. 김회장은 12일 미수금을 받기 위해 리비아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회장이 ‘5대그룹 경영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의 발언에 분노, 귀국을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재계간담회에 김회장이 빠질 경우 정부와 재계간 화합의 모양새를 연출하는 데 있어 ‘옥의 티’가 될 수 있다.

연락고리를 맡고 있는 전경련은 현재 김회장이 어디에 체류하고 있는지조차 몰라 애를 태우는 상태.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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