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씨 원고수정 소동]반나절만에 막내린「인적청산론」

  • 입력 1999년 8월 16일 23시 11분


“정부내에 재벌 비호세력이 있다”는 김태동(金泰東)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의 ‘인적(人的)청산론’은 불과 반나절만에 김위원장 스스로 발언을 취소, 일과성 해프닝으로 ‘정리’되고 말았지만 그 배경에 대해서는 구구한 관측이 나돌았다.

국민회의 지도부가 16일 오전 배포된 김위원장의 주제발표문에서 문제의 내용을 발견한 것은 이날 오후 석간신문이 배달된 직후.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문제대목을 발견하자마자 세미나를 주관한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에게 연락,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에 임의장은 세미나장으로 김위원장을 찾아 원고삭제를 요청했다.

임의장은 “아무리 사견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의 역할범위를 넘어선 얘기”라며 국정개혁과제만 발표해주도록 요청했고 이에 김위원장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 경축사 내용 중 재벌개혁 부분이 ‘재벌해체론’으로 번져나가는데 신경이 곤두선 탓인지 김위원장이 강연을 하는 동안 모처에서 계속 연락이 오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심지어 김위원장을 가리켜 “그 사람은 이상주의자일 뿐”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하고 있지 자문정책기획위원장을 하고 있겠느냐”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김위원장이 사실상 김대통령이 밝힌 재벌개혁의 ‘핵심각론’을 흘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김위원장이 김대통령의 8·15 경축사 기초작업에 참여하는 등 정부의 ‘2기개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여권 내부의 깊은 토론과정을 거친 내용이라는 관측이다.

〈윤승모·공종식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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