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유니탑스『외국기업인 한국정착 도와드려요』

  • 입력 1999년 5월 24일 08시 40분


‘이런 벤처기업 보셨나요’

신라호텔 마케팅팀에서 14년간 근무한 이상주(李相周·40)씨는 지금은 ‘유니탑스’라는 조그만 회사의 사장님.

유니탑스는 이달초 정부로부터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았지만 흔히 보는 벤처기업과는 업종이 전혀 다른 회사다. 국내에 부임하는 외국기업인들에게 한국문화와 생활전반에 대해 강의와 견학을 통해 알려주고 주택임대 대행 등 국내정착을 도와주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

이씨는 신라호텔에서 해외판촉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업아이디어를 얻었다.

홍콩 런던 등에 출장을 다니다 현지정착을 도와주는 업체들의 서비스를 직접 보고 국내에서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한 것.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창업준비에 나선 것은 지난해.

이씨는 “밀려 들어오는 외국기업인에게 한국을 제대로 안내하고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선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을 통해 한국을 안내하는 기본자료부터 수집했다. 인터넷과 관련서적 등을 통해서도 상세한 자료를 구했다. 외국인이 한국생활의 경험담을 쓴 책들은 그들의 시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영문으로 강의교본을 만들고 인터넷 웹사이트(www.unitops.co.kr)를 구축했다.

유니탑스는 올들어 맥켄지컨설팅 등 5개사 30여명의 외국인에게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생활전반을 알려주는 교육과 실습활동을 벌였다.

이씨는 “아시아에 오는 외국기업인들은 일본 홍콩 싱가폴 등을 선호하며 한국에 발령받으면 오지에 오는 기분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염려해 가족이 함께 오는 것을 불안해하는 외국인도 있다.

그렇지만 유니탑스에서 교육을 받고 서울 한남동 등의 외국인거주지를 둘러보면 대개 한국의 생활수준에 만족을 표시한다.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자동차나 집을 매매할 때 인감이 필요하다는 것은 서명문화에 익숙한 서양인들에게는 생소한 일. 심지어는 절((一))표시를 보고서는 “한국에 나찌추종자가 많냐”고 묻는 사람까지 있다.

이씨는 길거리에서 몸을 가볍게 부딪쳐도 그냥 아무말 없이 지나간다든지 보신탕을 먹는 풍습 등은 관습의 차이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시내에 웬 여관이 이렇게 많냐”든지 “여관 주차장 앞에 펄럭이는 가리개는 왜 있는거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낯이 뜨거웠다고.

창업비용은 5천만원 정도. 상담은 해당 외국기업을 직접 찾아가서 하기 때문에 사무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대신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서비스정신이 있는 고급인력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든다. 직원들은 노트북컴퓨터를 들고나가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업무를 처리할 때가 많다.

요금은 서비스 시간과 수준에 따라 달리 받는데 대개 외국인 1인당 3백∼1천달러를 받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 1년 동안은 계속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새로 부임한 외국인 임직원의 정착을 돕는 일은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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