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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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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중 자금이 풍부해지자 이번엔 은행직원이 A사에 와서 상주하다시피 하는중. 은행직원은 수시로 우대금리(8∼9%)를 제시하면서 수백억단위의 자금을 써달라고 ‘간청’하지만 이차장은 번번이 “현재로선 자금이 별로 필요없다”며 되돌려 보낸다. 작년 사업매각 등으로 부채비율을 300% 밑으로 낮춘데다가 현금유동성을 위해 2천억원을 확보해놓았기 때문.
게다가 회사채 등을 이용하면 은행자금보다 싼 7∼8% 금리로 자체조달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 은행돈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한때 20% 가까이 치솟았던 시중 금리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은행과 기업들의 입장이 역전되고 있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실해진데다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자 은행들도 대출고객 찾기에 나선 것. 이에 따라 자금난으로 피를 말렸던 기업 자금담당자들은 이제 한푼이라도 더 빌려주려는 금융권의 공세에 오히려 난감해 하고 있다.
한때 부도위기에 처했던 중견그룹 계열 B사 김모이사. 작년 여름까지도 매일 밀려오는 대출금 상환독촉에 악몽같은 나날을 보냈지만 지금은 은행직원으로부터 식사대접을 받으며 자금문제를 상의한다.
요즘 은행에서 제시하는 금리는 11∼12%. 회사채수익률이 30%를 넘는 고금리상황에서 이자를 갚으려고 다시 돈을 빌려야 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5대그룹에 비해 왜 금리가 비싸냐”며 금리협상을 벌일 수 있는 요즘이 때론 꿈만 같다.
그러나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기업들은 오히려 시중금리 하락이 별로 반갑지 않은 눈치. 그동안에는 10%가량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했지만 시중금리 하락이 계속될 경우 자칫 상대적으로 더 비싼 금리를 부담하는 경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