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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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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은 대기에 유해물질을 내뿜는 기존 도료의 특성을 제거한 세라믹 도료제조법. 화학강국 독일에 환경친화적인 고난도 기술을 판매한 것도 자랑스럽지만 25만마르크(약 1억7천만원)의 기술료는 열악한 벤처기업이 IMF의 내수부진을 헤쳐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컨테이너 없는 수출’로 평가받는 기술수출. 테크랜드처럼 기술수출로 도약과 생존이란 두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은 기업이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산업협력재단은 28일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술수출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린 기업들의 성공사례 발표회를 가졌다.
㈜태평양은 국내에서도 한물간 기술로 평가받는 치약제조기술을 아프리카 오지에 성공적으로 팔아치워 주목을 끈 케이스. 태평양은 83년 개발한 메디안치약을 시장 관심도가 떨어진 아프리카 세네갈에 기술이전을 제안, 현지기업의 전폭적인 협력을 이끌어냈다. 현재 세네갈 치약시장에서 메디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40%.
핵심원료 공급, 생산설비 수출, 브랜드수출 등을 합쳐 앞으로 예상되는 순익은 8천만달러 수준이지만 현지 위생관념이 높아지고 인접 시장까지 고려하면 여간 노다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앞선다는 일본에 97년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핸디소프트. 양국 기업들이 흔히 쓰는 서류양식에 맞춰 표가 많고 도장 날인이 가능하도록 만든 광속거래시스템(CALS) ‘핸디 솔루션’을 개발, 금형제조업체인 아마다그룹에 판매했다.
현재까지 받은 기술수출료는 7억엔(70억원). 총 매출액 1백90억원의 36%를 기술 하나로 벌어들이고 있다. 이 회사 김규동이사는 “이번 기술수출로 우리도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97년 국내 ‘신약1호’후보물질인 퀴놀론계 항생물질 ‘LB20304a’의 공동기술 개발료로 스미스클라인비첨(SB)사로부터 2천만달러를 벌어들인 LG화학은 제품 속성상 해외학회를 적극 활용한다. ‘LB203…’의 경우 국제감염학회에 해외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때마침 주력 항생제의 특허만료로 고민하던 SB의 눈길을 끈 것.
LG는 이밖에 항응혈제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유력 제약사인 워너 램버트사와 기술제휴,돈도 벌고 첨단연구기법도 체득하는 일석이조를 거두고 있다. 긴 안목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끌고온 것이 서서히 기술수출을 통해 노다지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