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무역업종에도 부채비율 2백% 일률적용 물의

입력 1999-01-13 19:18수정 2009-09-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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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정책 목표가 상충돼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원화환율 하락으로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설정한 ‘부채비율 200%’ 가이드라인을 무역업종에도 적용해 수출증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대우 관계자는 13일 “한해 10억달러가 넘는 플랜트 수출의 경우 수출입은행의 장기대출(연불금융)을 얻어쓰면 부채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사업기간이 긴 플랜트나 조선수주의 경우 해외 수입업자에게 일단 돈을 빌려주고 추후 상환받는 연불(延拂)금융이 수주 성공조건의 하나. 그러나 수출입은행의 연불금융으로 외국업체에 돈을 빌려주면 종합상사의 부채비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장기 플랜트수출을 꺼리게 된 것.

정부는 현재 △종합상사가 무역외 건설 유통사업에 진출한 사례가 많고 △재벌 구조조정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논리로 종합상사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 관계자는 “일본 종합상사들도 평균 부채비율은 700%대”라며 “비상시국인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예외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상반기 정책목표로 내건 경기진작도 부채비율 목표와 상충될 소지가 많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대기업들의 투자확대가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여유자금이 없어 외부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

외환당국이 시장에 쏟아지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한편에서는 외자유치를 독려하는 현실도 기업들엔 당혹스럽다.

재계는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8%) 준수’와 ‘통화량 확대’가 서로 정책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이 돈을 시중은행에 풀어도 은행들이 엄격해진 BIS기준에 맞추기 위해 신용대출을 기피해 돈이 실물부문에 흘러가지 못하고 금융권만을 맴돌고 있다는 것.

재계는 이에 따라 BIS 자기자본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이자율 변동폭도 은행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금리인하만 유도할 것이 아니라 기업신용에 따라 금리에 큰 차등을 둘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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