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일-조흥銀 처리, 정부서 『늑장』

  • 입력 1998년 11월 15일 19시 52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6대 시중은행중 서울 제일 조흥 등 3개 은행의 구조조정이 약속한 시한을 넘겨서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9월말에 1단계 은행구조조정을 완료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조흥은행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으며 서울 제일은행의 경우는 해외매각 일정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서울 제일은행은 국유화된지 1년이 돼가지만 해외매각 일정은 물론이고 방법까지 안개속이다.

조흥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조건부로 경영정상화계획을 승인받았지만 아직도 실현이 불투명하고 시너지효과마저 의문시되는 지방은행(강원 충북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당초 정부는 서울과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을 위한 입찰실시 마감일은 15일, 조흥은행의 외자유치나 합병계획 제출마감일은 10월말로 확정해 발표했으나 모두 예정된 시한을 넘겼다.

역시 조건부승인 은행인 외환은행은 독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외자를 유치, 국내 출자자인 한국은행의 증자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나 한은이 이를 결정하지 않아 증자가 지연되고 있다.

조건부승인 은행중 상업 한일은행만이 내년초 단일은행(한빛은행)으로 출범하기 위해 합병작업을 진행중이다.

▼서울 제일은행 해외매각〓정부는 다른 은행들에 대해서는 빠르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외치면서도 정부가 주인인 서울 제일은행 매각문제는 풀지 못하고 있다.

두 은행 입찰에 4∼7개 외국금융기관이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건이 나빠 매각은 상당히 지연될 전망이다.

정부는 서울 제일은행을 인수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인수후 3년간 발생하는 부실채권 중 70∼80%를 매입해 줄 방침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 경색으로 매각 여건이 좋지 않아 서울 제일은행 매각을 내년초로 연기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처리〓조흥은행은 6월29일 금감위로부터 조건부승인을 받으면서 9월말까지 3천억원 증자를 명령받았으나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9월말 조흥은행의 부실채권 2조7천6백90억원을 사주면서 10월말까지 구체적인 외자유치 또는 합병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위는 기한내 외자유치나 합병계획을 내지 않으면 모든 경영진이 퇴진한다는 이행각서를 조흥은행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외자유치에 실패했으며 아직 합병계획도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해 금감위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조흥은행은 조건부승인을 받은 지방은행인 강원 충북은행과의 삼각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최근 국감에서 “조흥은행이 1개가 아닌 2개의 부실은행과 합병을 추진할 경우 전체 은행구조조정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수용방침을 밝혔다. 이는 금감위가 밝혀온 은행구조조정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금감위가 제시해온 원칙은 ‘부실은행간 합병은 부실 규모만 키우게 되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합병은 시너지효과가 없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상철·송평인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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