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텔레콤, 美모토롤라에 팔려…지분 51% 넘어가

  • 입력 1998년 10월 16일 19시 17분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인 미국의 모토롤라사가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분야의 초우량 벤처기업인 어필텔레콤(대표 이가형·李佳炯)을 인수했다.

어필텔레콤은 16일 모토롤라가 어필텔레콤의 지분 51%를 4천5백만달러(약6백억원)에 인수하고 어필은 내년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모토롤라에 단말기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어필의 경영은 당분간 현 경영진이 계속 맡기로 했다.

어필텔레콤 이가형사장은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도 통신사업자까지 자체 생산에 들어가고 특히 수출쪽에서 어필의 브랜드가 약하기 때문에 전략적 제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사장은 “이번 계약 체결을 계기로 국내 생산시설을 본격적으로 늘려 내년부터 모토롤라의 OEM 물량을 공급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모토롤라사는 94년까지만 해도 한국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했으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기술 등장 이후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업체에 시장을 빼앗겨 어필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모토롤라는 우수한 CDMA기술을 보유한 어필을 인수함으로써 한국시장 공략은 물론 미국 중남미 아시아 등 전세계 CDMA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내 단말기 시장을 휩쓸어온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기존 단말기 생산업체들은 어필텔레콤 및 팬택과 제휴를 맺은 모토롤라와 12월부터 단말기 생산에 나서는 통신서비스업체 SK텔레콤의 공세로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어필텔레콤의 입장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해 연간 수백만대 규모로 해외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94년 설립된 어필텔레콤은 광역무선호출기 시장에서 ‘어필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올해 5월초 79g에 불과한 국내 최소형 ‘어필PCS’를 출시한 첨단 벤처기업으로 제1회 벤처기업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코스닥에도 상장한 초우량기업이며 올해 예상매출액은 1천8백억원으로 지난해 5백41억원에 비해 230% 증가할 전망이다.

어필텔레콤은 5월부터 LG텔레콤에 1년간 ‘어필PCS’를 독점 공급하기로 한 계약은 이번 제휴와 관계없이 유지할 방침이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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