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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14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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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맹인복지연합회(서울 노원구 상계동) 건물 3층에 있는 ‘특별한’ 보험대리점의 이름들이다.
‘맹인연합회 대리점’으로 불리는 6,7평 남짓한 공간. 그러나 이곳은 ‘보험 텔레(전화)마케팅’이라는 신직종에 도전하는 시각 장애인 6명의 열정이 넘쳐나고 있다. 4월 문을 연 이 대리점은 생활설계사가 단 한명도 없고 대리점주인 시각장애인 6명만 근무한다는 점에서 보통 대리점과 다르다.
대리점주 정선옥씨(34·여)는 “아직까지는 맹인들이 주고객층이지만 차츰 일반인들도 고객이 되고 있다”면서 “청각이 발달해 전화상의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인연합회 보험대리점은 안마 또는 침술업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선택할 직업이 없는 맹인들에게 새로운 직업을 마련해주자는 뜻에서 개점됐다.
맹인복지연합회는 삼성화재측과 논의를 거친 뒤 지난해 1월 노동부에 보험전화마케팅이라는 직종 승인을 신청했다. 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연합회측은 그해 8월경 서울시로부터 1억2천만원을 지원받아 △맹인전용 점자노트북 △보험약관 등을 읽어주는 문서인식기 △화면내용을 소리로 변환시키는 음성합성기 등 각종 교육용 첨단 장비를 구비하고 대리점주 모집과 훈련에 들어갔다. 결국 6명이 대리점주시험에 합격한 것. 현재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50만∼60만원 수준.
재활복지부 서인환(徐仁煥·38)부장은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 장애인들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성공”이라면서 “내년에는 부동산중개업 속기사 정보검색사 등에 대한 직업교육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