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수출 中企]「범일산업」과 「쎄자르」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57분


《중소기업들이 막힌 수출길을 뚫고 있다. 전기밥솥에 들어가는 ‘열판’으로 일본시장을 점령한 범일산업의 성공스토리와 라이터 수출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공동브랜드를 개발한 국내 라이터업체들의 이야기.》

▼ 열판생산업체 「범일산업」

종업원 25명의 작은 부품업체가 미쓰비시 산요 샤프 등 일본의 굵직굵직한 가전업체를 모두 거래선으로 잡았다.

전기밥솥 바닥에 들어가는 ‘열판’ 생산업체인 범일산업 신평균(申平均)사장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지난해초. 이미 국내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던 것.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소개로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부품전시회에 참가신청서를 냈다. 4월 열리는 전시회를 앞두고 신사장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샘플을 새로 만들고 일본어로 된 제품소개서도 마련했다. 80년 회사를 차린 후 단 한번의 수출 경험도 없던 터라 마음이 더 바빴다.

신사장은 “도대체 어떻게 상담에 응해야 하는지, 가격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무척 답답했다. 한명 한명 정성을 다해 상담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고.

전시회에서 범일산업의 부스를 찾은 미쓰비시 관계자가 다행히 관심을 표하고 나섰다. 일본 열판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싼 데다 한눈에 우수한 품질이 보였기 때문.

제품을 꼼꼼히 테스트하고 생산공정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길 몇차례. 6월초 감격의 첫 선적이 이뤄졌다. 상담부터 선적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1년2개월. 보통 3년이 걸리는 것에 비해 초스피드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미쓰비시의 소식을 들은 샤프 산요 타이거 등 일본내 다른 가전업체도 연락을 해왔다. 이들은 범일의 제품에 맞춰 자신들의 생산공정까지 바꿔가며 앞다퉈 수입 요청을 했다.

선적이 시작되면서 범일산업은 더욱 바빠졌다. 매일 오후 9시반까지 잔업에 일요일 공휴일도 없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신사장은 “성공의 포인트는 역시 기술력”이라며 “일본 경쟁업체에서 공장을 한번 둘러보자고 제안해 왔지만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범일이 예상하는 올해 수출물량은 50만달러 정도. 내년에는 3백만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라이터 공동브랜드 「쎄자르」

‘한국의 불꽃이 지구촌을 정복한다.’

국내 30여개 풀뿌리 라이터제조업체들이 공동 브랜드를 개발, 잃어버린 세계시장 탈환에 나선다.

90년대초까지 연간 라이터 수출액 1억달러를 웃돌면서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한국. 일본만이 유일한 적수였던 국내업체들은 이후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라이터 수출시장에 뛰어든 중국 동남아국가의 맹렬한 공격에 시장을 빼앗기면서 수출량이 금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작년에는 3천만달러 어치의 라이터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IMF사태 이후 수출 경기가 더욱 악화됐어도 산업계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해온 라이터업체들은 작년 연말 공동브랜드의 최고급 제품을 만들어 내기로 의기투합했다.

업체마다 기술력과 규모가 달랐지만 라이터 수출종주국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힘을 합하자는데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던 것.

기로에 선 국내업체들은 올해초부터 본격적으로 서로의 ‘불꽃’을 모았다. 값싼 노동력이나 일회용 라이터와는 한차원 다른 고급이미지의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기위해 지혜와 땀을 모았다. 결국 한국의 라이터공동브랜드 ‘쎄자르(Chezar)’를 만들어냈고 11월중에는 이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소기업청도 이들의 공동브랜드 네이밍 작업에 2천만원을 기꺼이 지원했다. 쎄자르라는 공동브랜드에 맞는 제품디자인은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이 맡았다.

그동안 업체들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심초사해온 한국라이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장대홍(張大弘)부흥산업사장은 “벌써부터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쎄자르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힘들게 뭉쳐 공동브랜드를 개발해낸 만큼 라이터 수출종주국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종래 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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