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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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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구지도 등 반(反)시장주의적 방법으로 금리를 떨어뜨리는 게 궁극적으로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금리인하 가능한가〓정부가 14일 이후 기업에는 회사채 발행축소를 요구하고 투신사에는 회사채 매입을 촉구하면서 회사채금리가 연 13%대에서 연 12%대로 떨어졌다. 창구지도가 어느 정도 주효한 셈이다.
문제는 장단기 금리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 대표적인 단기금리 지표인 콜금리는 16일 연 8.30%, 장기금리 지표인 회사채 금리는 연 12.90% 수준이다. 하지만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중견기업 발행 회사채는 연 18% 수준에서 겨우 소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장단기 금리 차이는 무려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셈.
콜금리가 낮은 것은 한은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매각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가 이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단기금리는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지만 회사채 금리는 회사채와 국채 발행물량이 폭주하고 있어 의도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억지 금리인하의 부작용〓신용경색을 해소하지 않고 금리를 떨어뜨리면 그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 차지라는게 문제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금리가 큰폭으로 하락했지만 신용등급이 BB나 BBB급인 기업의 회사채 금리 하락폭은 이보다 훨씬 적다.
금융연구원 지동현(池東炫)연구위원은 “시중에 자금은 풍부하지만 이 자금이 신용경색 때문에 중소기업과개인에게적절히배분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표금리의 인하는 신용경색을 오히려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증권 성철현(成哲鉉)채권운영팀과장은 “채권시장은 ‘5대그룹 우량계열사만의 리그’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신용도가 떨어지는 회사채를, 그것도 무보증채를 수익률이 높다고 덥석 매입하는 기관투자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표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연 18%이상 이자를 부담하거나 아예 빌릴 수 없는 상황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
또 장기금리의 의도적 인하는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는 시장논리에 맡겨야〓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정부가 국채발행에 따른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풀이했다.
금리인하로 재정부담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신용경색의 해소와 외환시장 안정과 연계한 금리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
금융연구원 지동현 연구위원은 “단기금리 인하는 정책적으로 계속 추진하되 장기금리의 등락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관계자도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것만이 장기금리를 낮출 수 있는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