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평가 말말말]『메뉴 화려한데 먹을건 별로없어』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40분


침체 경제를 부추기기 위한 각종 시책에 대해 경제현장에선 “메뉴는 화려한데 먹을 게 없다”는 한마디로 평가한다.

정부는 쉴 새 없이 부양책을 쏟아내지만 ‘뒷북치기’여서 현장경제엔 도움이 안된다는 것. 예컨대 재개발사업 지원기금이나 부도사업장 인수 지원 등은 당시 상황에선 전혀 의미가 없는 방안이었고 현재까지 한 건도 집행된 게 없다.

완전히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려면 과감한 시책이 나와야 하는데 발표되는 것은 ‘그게 그거’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감기약 주고 있다”는 불평이다. 돈을 쓸 때 크게 써야지 찔끔찔끔 써서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당국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무슨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업자원부 관계자의 설명.

“세계시장이 침체된 상태에서 수출촉진 대책을 펴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금융경색으로 금융기관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금융경색은 수출일꾼의 힘을 빼놓는다. “신용장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소용이 없다”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은행원들은 “돈을 꿔주면 떼일 것 같은 기업이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며 대출하기가 겁난다고 하소연이다. 업계 금융 정부관계자들이 모두 손가락을 남에게 겨냥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계속 힘겨운 걸음걸이를 하고 있고….

〈황재성·박현진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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