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현장」선 겉돈다…정부 지도감독 소홀등 원인

입력 1998-09-10 19:21수정 2009-09-2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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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기반 붕괴를 막고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별로 실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돈을 풀어야 할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몸을 사려 금융경색이 심화된 것이 ‘정책효과 불발’의 주요 원인.

정부도 시기를 놓치거나 시장의 현실과 괴리된 대책을 내놓기 일쑤인데다 사후점검을 소홀히 해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부처간 이견도 대책의 실효를 거두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무역어음 활성화를 골자로 한 수출입금융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이 전담재원 1조원을 마련해 시중은행에 재할인 형식으로 자금공급을 하려 했지만 시중은행은 재할인금리가 너무 높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국은행도 1일부터 총액한도대출을 2조원 늘리고 금리를 연 5%에서 3%로 낮췄지만 이에 상응하는 시중은행의 금리인하 움직임은 3,4개 우량은행 외엔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정책을 발표만 하고나면 끝인 것 같다”며 “정책 입안과 발표보다 중요한 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도록 지도 감독하는 일인데 이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발표된 대책만 믿고 관련 기관을 찾았다가 낭패를 보는 기업인도 많다.

정부는 7월에 △대기업이 발행한 구매승인서만 제출하면 무역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고 △수출신용장(LC)을 가진 중소 중견기업은 수출보험공사에서 전액 보증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출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기업 구매승인서를 손에 쥐고 은행을 찾아갔다가 담보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헛걸음한 중소기업인이 적지 않다.

신용보증도 매출액과 수출실적 신용리스크를 모두 감안하기 때문에 실제 보증받을 수 있는 액수는 받으려는 보증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또 은행의 대출담당직원에게 면책특권을 주면서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했지만 대출 실적은 8월말 현재 1백24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11월말의 1백24조6천억원보다 줄었다. 한 중소기업인은 만기가 된 운전자금을 연말까지 연장해준다는 정부의 방침을 믿고 은행을 찾았으나 보증서 등 추가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효차(李孝次)이사는 “정부가 금융기관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발표, 기대치만 높여놓았다”며 “당연히 불신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실기(失機)는 경기부양 조치에서도 나타난다. 자동차업계와 가전업계는 7월의 특별소비세율 30% 인하조치가 너무 때늦은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분양가자율화와 부동산 세금감면,토지거래허가철폐등에 대한 건설업계의 지적도 마찬가지다.큰정책들이 때를 놓치는 바람에 작은 효과를 내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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