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구조조정 회오리에 『올스톱』…자금확보 급급

  • 입력 1998년 6월 28일 19시 49분


끝없는 ‘구조조정’ 회오리에 기업 경영이 마비상태다.

1차 퇴출기업 명단 발표에 이어 은행퇴출과 2,3차 부실기업 선정의 소용돌이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해 내부자거래 세무조사까지 동원해 기업이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이바람에 기업들은 경영은 뒷전이고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한 자금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A사의 경우 연초 약간의 판매 감소를 예상했지만 막상 상반기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 상반기보다 매출이 20%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판매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그나마도 구조조정에 따른 변수가 많아 하반기 판매 예측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멎기 전까지는 중장기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여서 하반기 경영전략 마련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기업퇴출〓55개 1차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한 금융감독위원회는 7월초와 8월중 5대 그룹의 부실 기업을 또 한번 선별할 방침. 하반기중에는 은행을 앞세워 30대 그룹의 부실기업을 수시로 가려낼 예정이다. 구조조정의 폭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B자동차의 경우 판매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빅딜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불평.

전경련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퇴출 루머가 돌면서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를 꺼려 판매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거래기업이 퇴출될지 여부에 확신이 없어 우량기업들조차 기업간 거래를 단절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구조조정〓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부실은행 퇴출이 몰고올 금융경색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거래은행이 문을 닫으면 대출금 만기 연장이 안되거나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초긴장 상태.

C사 관계자는 “지금은 자금예측조차 불가능해 ‘무조건 끌어모으기’로 자금 확보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면서 “경영전략이고 뭐고 따질 형편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소비 위축〓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소비는 더욱 줄고 있다. 5월중 실업률은 6.8%, 부실 기업들이 퇴출하면 더 높아질 전망. 하반기에는 8.2%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다.

퇴출―실업, 협력중소기업 연쇄도산―실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소비시장을 더욱 가라앉히고 기업의 판매 예측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D사 관계자는 “내일을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하반기는 커녕 한달후 경영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고 항변했다.

▼기업 투자〓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매출액중 10% 가량을 투자해야 하는데 올해 각 기업의 신규투자는 거의 ‘제로’. 회사비용도 무조건 줄이는 판에 신기술 개발 투자는 ‘실종’된지 오래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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