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방어 개입 결정적 요인은 美 증권계의 호소』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42분


엔화약세 저지를 위한 협조개입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태도를 뒤집은 결정적인 요인중 하나는 미국 증권계의 호소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즉 월가의 거래인(trader)으로 잔뼈가 굵은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과 역시 월가에서 30년이상 자문역(consultant)으로 일해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BR)의장을 증권계가 설득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신문에 따르면 루빈과 그린스펀은 지난주 미 의회증언에서 “아시아위기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미미하며 엔화약세대책은 일본의 경기회복밖에 없다”고 말할 때만 해도 협조개입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냉담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몇명의 월가 실력자가 그들에게 정책변경의 필요성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주 초 엔화가치의 폭락으로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하자 증권계 인사들은 루빈과 그린스펀을 찾아가 “미일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요즘 상황은 30년대 대공황의 방아쇠가 됐던 미국과 유럽의 대립을 연상시킬 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월가 출신인 루빈과 그린스펀은 월가 인사들의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그러나 루빈은 협조개입 필요성을 확신하고 난 뒤에도 “엔화약세는 일본의 문제”라며 딴전을 피웠다.그러다가 엔화가 바닥이 보인 16일 전격 개입을 결행,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월가에서 갈고닦은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다.

〈도쿄·워싱턴〓권순활·홍은택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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