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0線 붕괴위기…日엔화 하락 강타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47분


일본 엔화의 가치급락(환율급등)이 우리 주식시장을 강타, 종합주가지수 300선 방어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26.61포인트나 폭락, 사상 최대인 8.1%의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302.09로 마감됐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천3백98원에 마감돼 전날 대비 상승폭(가치하락폭)이 7원에 그쳤으나 외국인들은 현재의 원화가치 안정이 비정상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1년짜리 원―달러 선물환의 가격은 달러당 1천5백원선으로 국내보다 1백원 이상 비싸게(원화 가치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의 하락을 막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 위안화마저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그럴 경우 동남아 각국과 함께 우리나라가 제2의 금융 외환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급락으로 우리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가운데 위안화까지 평가절하되면 우리 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87년 1월28일의 301.56 이후 11년5개월만의 최저치.

이날 지수 하락률은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작년 12월23일(7.5%)보다 컸다.

대부분의 종목이 급락세를 나타냈다.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79개(상한가 13개)에 그친 반면 하락한 종목은 그 9.5배인 7백50개(하한가 1백55개)에 이르렀다.

주가지수선물(KOSPI200)도 지수가 도입된 90년 이후 사상 최저치인 34.57까지 떨어졌다.

대신경제연구소 박만순(朴萬淳)책임연구원은 “매수주체세력이 없어 조만간 300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동원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 김세중(金世中)씨는 “일단 300선이 무너지면 주식시장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냉각돼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가 속락의 요인이 될 만한 금융시장의 이상기류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천7백29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주식을 판 물량보다 산 물량이 더 많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외국인들은 12일에만 2백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이정호(李禎鎬)대리는 “한국계 투자신탁회사들의 외수펀드를 중도환매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에서는 미국계 모 헤지펀드가 주식현물과 주가지수선물의 매도공세를 펴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가 안정을 위해서는 엔화가치의 안정이 급선무이지만 우리 정부로선 속수무책.

주식 전문가들은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단시일 안에 이를 마무리하는 것만이 우리 정부가 외환 금융위기의 재연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천광암 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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