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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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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않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일단 벗어났으며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돈꾸러미를 들고 한국을 찾는 투자의 실행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이 지연돼 금융기관이건 기업이건 간에 어느 곳이 부실하고 건전한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옥석(玉石)을 가려줘야 한다.”(남종원 메릴린치증권 한국지사장)
세계 최대급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의 윌버 로스대표는 1일 외신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지지부진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어떤 기업이 쓰러질 것인지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6월은 한국에 있어서 매우 어려운 기간이 되겠지만 구조조정이 잘 진척되면 외국인 투자가 가시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경색이 완화될 것이다.”
세계적 경영컨설팅회사인 부즈 앤드 앨런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는 결국 구조조정이 얼마나 신속하고 충분하게 수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관계자들은 한국의 구조조정이 모든 대기업을 죽이는 길로 가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또하나의 요체라는 지적.
“구조조정이 모든 부실기업을 도산시키는 쪽으로 가서는 한국경제의 소생이 어렵다. 부실기업의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선진경영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될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겨날 사회적 저항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사회적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예외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