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5월 11일 09시 4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은행 직원들은 중도해지를 원하는 고객에게 가능하면 계속 묻어둘 것을 권하지만 “생활이 어려워 버티기 어렵다”는 안타까운 대답을 듣곤 한다.
금융상품 중도해지는 작년 12월 신종적립신탁 등 고금리상품의 시판에 맞춰 급증, 올 1월에 피크를 이뤘다. 15% 미만의 저금리상품에 목돈을 예치한 고객들이 중도해지와 금융상품 전환의 실익을 저울질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금리상품으로 ‘말’을 갈아탄 것이다. 한푼의 이자라도 더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금리 상승세가 꺾인 지난달부터는 고수익을 기대하는 중도해지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생활고’로 적금을 깨는 서민들이 늘고 있는 것. 더욱 큰 문제는 적립금을 한두달씩 연체하는 계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현실.
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2,3개월 가량 적금을 붓지 못하면 그 다음은 거의 중도해지로 이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적금계좌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이제 막 시작인데, 대량실직과 감봉의 회오리도 아직 시작에 불과한데,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1,2년은 더 고생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저축의 탑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생활은 어렵지만 한푼 두푼 불어나는 통장을 보면서 참아온 것이 서민의 삶이 아닌가. 당장의 생계를 위해 적금을 깨야 하는 서민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이강운 <경제부>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