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반응]정부-재벌등 고통분담을

  • 입력 1998년 5월 11일 06시 5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국민과의 대화’는 시종 진지하면서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난에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은 현재의 난국이 언제쯤 풀릴 것인지, 이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1월18일 당선자 자격으로 가졌던 국민과의 대화 때보다 날카로운 질문이 훨씬 많았고 때로는 흥분된 목소리도 나왔다.

10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3사를 통해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 집에서,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TV를 지켜본 국민은 김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국정현황을 설명하자 공감을 표시했다.

“경제상황을 쉽게 설명해줘 큰 도움이 됐다. 정부가 물가 가이드라인을제시하고그것을 지키려고 할 때 주부들도 허리띠를 졸라맬 준비를 하겠다.”(유정아·柳貞娥주부·서울 강남구 개포동)

“외국자본 유치와 재벌개혁, 대량실업 등 우리나라 현실과 국정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대통령의 깊은 관심과 이해가 드러났다.”(유철민·劉哲民변호사)

“자신감을 보여준 것 같다. 경제개혁의 큰 방향을 잘 제시한 것으로 본다.”(L그룹 임원)

그러나 고통분담 문제에 대해선 불만섞인 반응도 있었다.

회사원 김상집(金相鏶·45)씨는 “말로만 고통분담을 외치는 것 같다. 좀 더 강력하게 재벌과 정치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형완(金炯完·38)시민감시국장은 “재벌개혁 등에 관한 대통령의 답변이 원론수준에 머물렀다”며 “최근 일부 재벌에 대한 협조융자 등은 재벌개혁에 역행하는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지법 최모판사는 “대통령이 각종 수치나 자료를 충분히 준비했지만 실업자의 가슴을 어루만져줄 준비는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일류 대학을 나온 가장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현실을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장애인이 경기 평택 ‘에바다 농아원 분규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자 김대통령은 “진상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의견접수코너에는 방송이 시작되기 전 1천9백여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나성엽·하정봉·박윤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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