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조정안 의미]정부 「재벌개혁」요구 수용

입력 1998-05-06 19:43수정 2009-09-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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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6일 발표한 ‘구조조정 추진현황 보고서’는 정부의 재벌구조조정 요구를 수용, 차제에 사업구조를 혁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앞두고 삼성이 예상외로 비교적 ‘알맹이’있는 내용을 가장 먼저 내놓음에 따라 다른 주요 그룹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삼성이 이날 발표한 △4,5개 주력업종 선정 △부채비율 200%이하 축소 방안 등은 현대 대우 LG 등 나머지 주요 그룹에 큰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그룹은 지금까지 정부가 요청한 부채비율 200%이하 축소 요구 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이 현재 10개 업종인 사업구성을 내년말까지 4,5개 핵심 주력업종으로 축소하려면 나머지 업종의 제삼자 매각, 해외기업과 합작은 물론 수직 계열기업의 통폐합도 불가피한 상황.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삼성전자와 상용차부문, 조선부문에선 벌써부터 해당기업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심하게 술렁거려 앞으로 통폐합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사업과 관련한 삼성의 입장 변화도 특기할 대목. 삼성은 지금까지 줄곧 자동차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날 “자동차 사업은 현재 진행중인 해외전문업체(포드 등을 지칭)와의 전략적 제휴협상 및 정부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제논리에 따라 협력하겠다”고 밝혀 여러갈래의 해석을 낳고 있다.

일단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지만 포드 등 해외전문업체와 제휴추진이 여의치 않거나 정부가 자동차사업을 포기할 것을 종용할 경우 분리 또는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삼성의 자동차사업은 기아자동차 처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달려있다. 즉 정부가 기아를 특정 재벌에 넘기지 않을 경우 포드가 삼성과 제휴할 이유가 없다.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삼성은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건은 삼성의 매물을 누가 매입할 것이냐는 문제다. 삼성은 현재 미국의 투자기관 등과 부동산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기관은 시간벌기로 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눈치여서 당장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게 현실.

또 삼성이 이날 “주력 사업에서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지양하겠다”고 밝힌 점도 상당한 입장변화로 주목된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삼성의 한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해 구조조정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소감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어느정도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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