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통화량이 줄어들어 재계가 장기간 「돈가뭄」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현금확보가 가능한 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우량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까지 팔리지 않는 자금시장 마비상태를 보이자 자금조달을 위해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사업을 대폭 강화할 움직임이다.
한솔그룹은 이번주 들어 「IMF대책팀」을 꾸리면서 현금확보가 가능한 △개인휴대통신(PCS)사업 △리조트사업 △유통사업에 투자 우선순위를 둬 내년 사업을 펴나갈 계획이다.
LG그룹도 25일 그동안 분리돼 있던 백화점과 할인점을 하나의 사업문화단위(CU)로 통합하면서 3천평 규모의 할인점을 연간 3∼5개씩 확대, 유통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LG의 주요 현금원인 LG칼텍스정유의 허동수(許東秀)대표이사를 사장급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정유사업을 강화키로 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유통 전자 정유 3개 분야가 내년도 현금유동성 확보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이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내년에 2조원 가량의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함께 연말까지 주로 현금장사인 한화에너지와 유통사업 부문의 재고와 매출채권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선경그룹 등 여타기업들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면서 유동성 확보방안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선경그룹 경영기획실 기획팀의 장종현차장은 『그러나 내수시장이 워낙 부진, 현금장사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라며 『설령 매출이 호조를 보인다해도 소요자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여서 결국 투자와 소요자금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