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네자리수 환율에 세자리 표시기 『홍역』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달러대비 환율이 1천원대로 급등하면서 세자릿수 까지만 표시된 일부 은행 창구의 전자환율표시기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H은행 S지점. 은행 한가운데 걸려있는 환율표시판에 「1달러〓사실때 122.59원 파실때 089.41원」이라고 적혀 있어 고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은행측은 『1년반전 구입한 전자식 환율표시기는 세자릿수밖에 나오지 않아 1천원이 넘어도 앞에 「1」자를 표시할 칸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자리형 「구형 게시판」을 갖고 있는 지점들은 최근 환율급등에 따라 네자리형 「신형 게시판」으로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예 전자식 게시판을 치우고 자석식 숫자판을 다시 꺼내 수동으로 환율을 고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도 1천원을 표시하는 「1」자와 「0」자의 자석 숫자판이 모자라 수출입 환율의 경우 아예 표시하지 않는 지점들이 많다. J은행 신촌지점 외환계 직원은 『예전엔 아침에 환율을 고시하면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오늘은 벌써 환율 변동이 12번이나 있었고 거의 매일 10번 이상 숫자판을 고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은 은행 컴퓨터망도 마찬가지. 수출입어음 결제와 해외송금시 고객들에게 주는 외국환전표의 경우 「적용환율」란에 3자릿수밖에 찍혀나오지 않는다. C은행 남대문시장지점 직원은 『적용환율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 계산되지만 환전표에는 세자릿수밖에 찍혀나오지 않아 볼펜으로 숫자 앞에 1을 더 쓴뒤 고객에게 주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이 지경이 된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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