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건설 멕시코공사 수주]日 업체들 집요한 로비 제쳐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멕시코 현지시간 17일 오후 5시(한국시간 18일 오전10시) 멕시코 시티.멕시코 석유공사 페멕스는 1년여를 끌어온 석유공장 신증설 프로젝트의 사업자로 한국의 선경건설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국내 건설업체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건설업체의 앞마당으로 여겨졌던 중남미시장에 첫 진출한 71년 이후 26년만에 최대의 수확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우리 업체가 그동안 중남미시장에서 수주한 공사는 모두 31건, 4억8천2백만달러. 공사규모도 1억달러 미만의 소규모 석유공장 증개설공사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해외건설사에 남을 쾌거를 거두기까지에는 고비도 많았다. 특히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주간사를 맡고 이토추 등 일본 7대 종합상사가 가세한 일본컨소시엄의 집요한 로비로 선경건설은 발표 직전까지도 사업 수주를 확신하지 못할 정도였다. 실제로 미국의 플루워다니엘 등은 일본의 수주가 확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입찰 참여를 포기할만큼 일본컨소시엄의 공세는 적극적이었다. 선경건설은 이러한 선진국 기업과 당당히 경쟁해서 이기고 국내 건설업계의 미답지(未踏地)였던 중남미시장에 국내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 선경의 이번 수주는 제2 황금기를 맞고 있는 해외건설이 사상 최고의 수주액을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선경건설의 수주분을빼고도1백35억달러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역대 최고액은 지난 81년의 1백37억달러. 선경건설은 연내에 전체공사비(컨소시엄중 선경지분은 12억7천만달러)의 5%에 해당하는 6천5백만달러를 받게 돼 최근 겪고 있는 외화 부족 해소에도 적잖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공사는 선경건설이 단순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부터 자금조달,설비운영을 도맡고 미국계 은행이 주도하는 금융단을 성공적으로 구성한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건설시장의 수주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단순 시공방식에서 벗어나 이같이 사업 전체를 맡아 추진하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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