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재정경제위는 13개의 금융개혁관련 법안 처리여부를 둘러싸고 막판까지 진통만 겪다 결국 표결처리를 하지 못했다.
신한국당측은 가급적 의사일정을 빨리 진행, 서둘러 표결을 마치려 했으나 야당의 반대가 아니라 자체적인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정회를 하거나 교체의원을 투입하는 등 국회운영에 난맥상을 드러냈다.
결국 이날 회의는 교체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야당의원들이 전원불참함으로써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상득(李相得·신한국당)재경위원장은 이날 오전 개의하자마자 『우선 각 당간에 이견이 없는 법안부터 처리하자』며 공공자금관리기금법개정안 등 일반안건부터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정회시간에는 장외 설전도 치열했다. 신한국당 나오연(羅午淵)의원이 『국민회의가 의사봉만 잡고 방해하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의원은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는 의사봉을 잡고 방해해본 역사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는 금융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치기 직전 신한국당 의원수가 모자라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이자 이위원장이 정회를 선포, 30여분만에 중단됐다. 당시 신한국당과 민주당소속 참석의원은 9명, 국민회의와 자민련의원은 10명이었다. 이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솔직히 우리는 수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반대토론만 하고 통과시켜줄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도 신한국당이 차려놓은 밥상마저 먹지 못한다』고 비아냥댔다.
○…오후 5시반경 신한국당측은 불참의원들에게 급히 연락, 교체의원 3명과 민주당 의원 2명까지 합쳐 가까스로 16명의 의결 정족수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원들이 교체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퇴장하면서 표결은 결국 무산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위원을 교체할 때는 원내총무가 문서로 요청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밟지 않고 3명을 교체했다』며 『이들은 표결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며 일제히 철수했다.
그러자 회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신한국당 의원들은 『문서로 신청하는 절차를 다 밟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한 뒤 오후 8시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날 신한국당은 자체적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3명의 의원을 교체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간사인 차수명(車秀明)의원은 울산시지부 대회때문에 사전에 손학규(孫鶴圭)의원으로 교체됐다. 또 미국방문중인 서청원(徐淸源)의원을 대신해서는 이상현(李相賢)의원이 나왔다. 김정수(金正秀)의원은 회의에는 참석했으나 지역구행사 때문에 계속 앉아있기가 어렵자 오후 6시경 급히 김광원(金光元)의원으로 교체됐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의원들은 『법안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처럼 중요한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느냐』며 『거수기나 다름없다』고 신한국당측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손학규의원을 소개할 때 『14대 국회에서 재무위원을 지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원재·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