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달력 주문량을 보면 연말 체감경기는 물론 새해 경기전망까지 느낄 수 있다. 경기가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요즘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달력 제작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와 같이 1백5만부를 제작하기로 했다. 국민투신 현대선물 등 지난해보다 계열사가 5개 늘어났기 때문에 계열사별 공급량은 10% 정도 줄어들 예정. 지난해처럼 그림이나 사진이 없는 밋밋한 디자인을 고수한다.
그룹 문화재단을 통해 계열사 물량을 일괄 제작하는 삼성그룹은 지난해말 4백만부를 제작했으나 이번엔 37.5%가 감소한 2백50만부를 제작키로 했다. 아예 달력을 제작하지 않기로 한 자회사도 생겨났다.
지난해 1백90만부를 찍었던 LG그룹도 계열사별로 10∼30%씩 제작량을 줄여 그룹 전체로 1백50만부를 찍을 예정. 대우그룹도 지난해보다 3만부 가량 적은 44만부를 발주해 놓은 상태다.
고객들을 상대로 직접 수신고경쟁을 벌이는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현재 지점별 소요량을 파악중인 조흥은행은 작년보다 30만부 가량 줄어든 40만부를 제작할 방침. 달력을 수년동안 만들지 않았던 상업은행은 올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제일은행은 작년과 같은 30만부를 제작하지만 크기를 줄이고 색상도 단순화시켜 제작경비를 1억5천만원 줄일 예정이다. 한일은행은 지점수가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와 같이 개인용 업소용 합쳐 35만부를 만들 계획이어서 고객용 달력확보에 비상이 걸릴 전망.
주요 기업들의 「구두쇠 작전」으로 연말 대목을 고대해온 달력업체들은 울상이다. 달력 디자인 전문인 D사는 지난해 말 1억4천만원의 달력매출을 올렸으나 올해엔 20% 정도 매출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인쇄 관계자는 『최근 5년내 최악의 상황』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업·금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