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오피스制 영업 확산…출근않고 노트북-휴대폰통해 업무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6분


삼성전자의 A과장은 회사에 자기 책상도 사무실도 없다. 또 1주일째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린」 것은 아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영업 거래처로 직행한 A과장은 노트북컴퓨터를 켜 그날의 영업관련 회사지침을 살피고 노트북의 자료를 꺼내 고객을 맞는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A과장에게 회사와 연결된 전용전화로 연락이 왔다. 『급한 손님이 있으니 빨리 공항으로 마중 나가세요』 오후8시, 그는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이동사무실(모빌오피스) 제도」로 달라지게 될 삼성전자 영업사원들의 근무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1일부터 1천5백명의 국내 영업사원 전원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에 따라 사무실 출퇴근은 사라지고 길거리에서 영업정보 교류 및 즉석회의를 하는 「길거리 영업」이 본격화된다. 회사엔 1주일에 한번 회의를 위해 들어가고 개인 책상과 사무실도 사라진다. 삼성전자측은 이를 위해 전 영업직원에게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지급하고 집에는 회사전용 전화선을 깔아주었다. 이 회사의 국내영업본부 조원국(趙源國)이사는 『쓸데없는 시간을 단축, 영업의 스피드를 더 높이고 개인의 정보화를 통해 전산영업을 확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무실 면적을 40% 정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국IBM이 95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국내 업체들도 잇따라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신호그룹 계열사인 환영철강이 이달초 철강업계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 영업직원들에게 팩스 휴대전화 업무용전화선을 제공했다. 포철계열사인 포스데이타사도 얼마 전 사옥을 분당으로 옮기면서 영업직원들에게 사무실 대신 노트북 등을 지급, 현장으로 내보냈다. 이밖에 생보사 유통업체 등도 전면시행은 아니지만 다수의 영업사원들에게 정보기기를 제공하는 등 모빌오피스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덩달아 노트북 휴대전화 팩스 등을 묶어 15∼30% 싸게 파는 「모빌오피스」 패키지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고객과의 밀착영업이 가능해져 영업실적이 크게 좋아졌다』며 『다만 외근사원의 근무태도 관리에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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