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할인 또 중단 『멍드는 협력업체』…연쇄도산 불보듯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경기 안산의 기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S사. 기아그룹이 화의신청을 낸 22일 이후 어음할인이 전격 중단되자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거래은행으로부터 기아 어음을 할인받았다. S사는 25일 기아로 달려가 납품대금 5억원을 현금으로 요구했지만 기아측은 절반도 주기 어렵다는 반응. 2차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하다. 안산의 E사는 22일 오전에 1억2천만원의 기아 어음을 할인받았으나 화의신청 발표가 있자 그날 오후 당장 은행으로부터 「도로 돈을 내놓으라」는 상환요구를 받았다. 1,2차 협력업체들은 기아의 화의신청 뒤 은행에 거액의 담보를 제시해도 어음할인이나 신규대출을 받기가 불가능한 실정.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30% 이상인 업체는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연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협력업체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것. 그러나 기아의 현금 여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은행권이나 정부의 자금지원 없이는 현금결제가 불가능하다. 정부와 은행권은 이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기아에 대한 불신 때문에 협력업체까지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기아가 화의를 신청했기 때문에 공은 채권단과 기아에 넘어가 정부가 간여할 상황이 아니다』며 협력사까지 외면한다. 은행권도 『기아 어음은 기아가 화의를 신청하면서 부터 부실채권이 돼버렸다』며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결국 기아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협력업체들은 『그동안 1주일 단위로 수금받은 어음을 할인해 근근이 버텨 왔는데 이제는 정말 대안이 없다』며 일손을 거의 놓고 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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