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사업은 辛사업』…치열한 경쟁,새분야 발굴 숙제

입력 1997-09-22 07:44수정 2009-09-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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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장사가 잘 되었네요』 『글쎄요.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에어컨으로 버텼는데 향후 마땅한 사업아이템이 없어서…』 올 상반기 경상이익 1천3백54억원으로 이 부문 10위권에 재진입한 LG전자의 정병철(鄭炳哲)부사장. 그러나 정부사장의 얼굴에는 기쁨 대신 수심이 그득하다. 내년에는 뭘 팔아야 하나…. 추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내년 「농사」에 나선 국내 기업. 그러나 신사업 아이템 선정을 둘러싸고 어느해보다 힘든 고민에 빠져있다. 특히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업종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전자의 신사업 발굴팀인 「위성 부서(Satellite Post)」. 20여명의 인원이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올해가 가기 전에 신사업 아이템 「하나」를 찾아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 부서의 팀장인 김선일(金善一)부장은 『정보통신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원칙은 서있으나 구체적인 아이템에서 막히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른 전자업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인터넷TV 휴대통신단말기(PDA) 핸드PC(HPC) 등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사업에서 모두 처절한 패배를 맛보았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때문에 아예 신사업 아이템을 찾으려는 의욕마저 상실한 분위기』라며 『내년에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0년까지 전략 신사업을 발굴하라는 구본무(具本茂)회장의 엄명을 받은 LG그룹 계열사들도 머리를 쥐어짜기는 마찬가지. 어떤 임원은 『화장실에서 일을 보면서도 「신사업」만 떠올린다』고 할 정도다. 계열사 중 LG화학이 2차전지 사업에, LG산전이 환경플랜트 사업에 신규 진출할 그림을 그려 놓고 있지만 기존 업체들의 텃세에 밀려 구체적인 사업착수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밖에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 한솔그룹의 레저사업 진출, 동양그룹의 호텔사업 진출 등 각 그룹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아이템이 과연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편 삼성 LG 등은 해외 선진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보려 하지만 턱 없이 높은 로열티 등이 걸림돌로 작용,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기존 팀차원의 신사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기업들은 각종 기발한 제도를 도입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직원들의 「테마여행」을 적극 지원, 이들이 해외에서 보고 온 신사업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유통업계 처음으로 유망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온 직원들에게 자금과 필요인력을 제공하는 「벤처소사장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한화는 신사업개발실을 신설, 사내 인큐베이터 역할의 중책을 맡겼다. 삼성물산도 임직원들의 독창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푸짐한 포상을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LG경제연구원의 김주형(金柱亨)선임연구위원은 『신기술로 리딩제품을 개발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노리지 않는 한 기존 업종에서 신사업을 캐내기가 이제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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