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채권단, 숨가쁜 물밑협상…부도유예 29일 끝나

  • 입력 1997년 9월 19일 20시 11분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종료시한(29일)을 1주일 정도 앞두고 정부와 채권은행단, 기아그룹 등 당사자간 물밑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기아측은 최근 아시아자동차의 제삼자 매각과 노조의 인원감축동의서 제출 등을 전제로 기아자동차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금융단은 일단 기아측의 자구계획을 지켜보되 기아그룹에 대한 신용평가 결과가 나오는 25일쯤 최종적인 기아해법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아에 대한 신용평가 보고서는 기아자동차는 물론 아시아자동차도 회생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기아의 자력회생방안〓재정경제원에 따르면 기아그룹은 지난 17일 통상산업부와 채권금융단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기아자동차 자력회생계획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아시아자동차를 제삼자에게 매각하고 △노조의 인원감축 동의서를 제출하며 △기아측이 스스로 채권금융기관을 개별적으로 설득, 유예협약종료 이후 채무상환유예를 받아내겠다는 것. 기아측은 이같은 자력회생계획을 전제로 기아자동차에 대해 채권단이 즉시 자금지원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기아측은 김선홍(金善弘)그룹회장의 사퇴서 제출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정부는 기아그룹의 자동차부문은 반드시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며 김회장의 사퇴서 제출문제도 채권단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19일 채권단이 기아측과 타협하여 김회장의 사퇴서 제출없이 자금지원을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는 원칙적으로 채권단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측의 자력회생계획안에 대해 그는 『(자력회생계획안이)별로 새로운 것은 없지만 채권단이 기아신용평가서를 바탕으로 수용여부를 판단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은 강경식(姜慶植)부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총회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24일 정부의 최종입장을 확정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과 나머지 은행들간에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일은행은 김회장의 사퇴서 제출없이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채권은행들은 김회장의 사퇴서 제출에 연연해선 안되며 기아자동차의 정상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용평가 결과〓제일은행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는 기아자동차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이자감면을 해주지 않더라도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면 내년부터 이자를 정상적으로 갚아 나가면서 흑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아시아자동차는 금융기관들이 이자감면 등 금융지원을 해주고 99년에 광주 공장부지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이해부터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정보의 보고서는 또 기아자동차가 아시아자동차를 흡수합병할 경우 ㈜진로 및 미도파와 같은 정도의 금융지원을 받으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시아자동차의 자산이 부채를 초과하는 상태여서 기아자동차의 회생을 돕기 위해 채권단이 아시아자동차를 제삼자에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보고서는 금융기관들이 기아자동차에 약 3조7천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채무의 상환을 요구할 경우에는 기아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이 회생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 재경원은 기아그룹의 총부채는 당초 파악했던 것보다 1조원 많은 10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임규진·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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