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鄭夢九)현대그룹 회장이 정부주도의 경제운영을 비판하며 고로(高爐)제철업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11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서밋에 참석,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한국 기간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현재 독점상태에 있는 고로제철업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포철과 경쟁 및 협력을 통해 싸고 좋은 품질의 핫코일 등 원료를 생산해 한국 고급 철강 소재의 경쟁력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측은 그동안 몇차례 제철업진출 의사를 나타냈으나 공개적으로 포철을 거명하며 강도높게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회장은 현대의 제철진출 이유에 대해 『21세기 세계경제를 이끌어나갈 일본 등 동북아의 기간산업 발전전망과 그에 소요되는 철강의 공급을 감안할때 고로제철업의 신규증설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주도의 경제운영은 선진형 경제로 탈바꿈하는 단계에서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무분별한 개입보다는 자유경쟁을 유도하고 시장기능을 확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정회장은 연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아자동차의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 제철업 진출에만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통상산업부 추준석(秋俊錫)차관보는 『지난해 11월 공업발전심의회 결정에서 변한 것은 없다』며 현대그룹의 제철업 진출불허방침을 재확인했다.
〈오윤섭·백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