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경제정책…재경원-韓銀 사사건건 충돌

  • 입력 1997년 8월 24일 19시 59분


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기아그룹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놓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사사건건 충돌, 정책이 실기(失機)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이견은 「적자생존의 시장원리」만을 주장하며 실무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姜慶植(강경식)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에게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24일 금융계 관계자는 『「땅(현실)에서 발이 동떨어져 있는 강부총리의 고집」 때문에 온갖 사안이 엉키고 있으며 재경원과 한은의 손발도 점점 더 안맞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간 이견은 한보 및 기아사태로 인해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위기를 맞은 제일은행에 대한 특별융자건이 대표적사례. 한은 관계자들도 『특융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하루라도 서두르자고 누차 설득했으나 재경원의 고집 때문에 일개 외국신용평가기관(S&P)에 밀려 특융을 하는 것처럼 모양을 망쳤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여건과 자금압박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뒤에야 「한국당국은 제일은행 등의 좌초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 선전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은측은 또 강부총리의 기아사태에 관한 강경한 고집이 끝내 기아사태를 「감정싸움」으로 변질시켰고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여기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기아그룹 간에 타협만 이뤄지면 기아에 1천8백여억원의 긴급자금이 나가고 협력업체의 어려움도 풀리면서 금융시장도 안정될 수 있을텐데 강부총리가 막무가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기아그룹 계열사들은 특수강만 빼놓고는 정상화 가능성이 매우 높아 오히려 진로나 대농과는 차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강부총리와 재경원 관계자들은 『金善弘(김선홍)기아그룹회장의 사직서와 노조의 인원감축동의서가 나와야 추가자금지원을 한다는 채권단의 의견을 지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채권단에 떠넘기고 있다. 〈윤희상·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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