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예산안 분석]「세입內 세출」 지켜질지 의문

  • 입력 1997년 8월 19일 19시 51분


姜慶植(강경식)부총리가 19일 청와대에 보고한 내년도 예산증가율 5∼6%는 14년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외형상 긴축예산. 방위비증가율을 5%대에서 묶었고 농어촌구조개선투자 등 대통령 공약사업도 당초보다 줄이기로 하는 등 예산항목 곳곳에 긴축의지가 배어 있다. 하지만 올해 예산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2조2천억원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예산증가율은 실행예산대비 8.3∼9.3%로 예년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 ▼방위비〓국방부 등이 당초 요구한 방위예산 증가율은 13.6%. 재정경제원은 당초 5%미만으로 잡았다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지시로 5%대로 후퇴했다. 그러나 작년 증가율 1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예산실은 방위력 현대화에 역점을 쏟을 방침이어서 군인 처우개선은 소홀해질 것으로 보인다. 군인들의 각종 특별수당이 올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공약사업〓김대통령은 이날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교육투자의 재원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지만 예산실은 대통령 공약사업이라고 해도 예산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경우 투자효율성이 극히 낮아 사실상 「예산낭비」라는 분석까지 내놓은 상황. 예산실은 대통령의 체면을 생각해 「삭감」이란 표현 대신 「연기」라는 용어로 사실상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인다는 복안이다. ▼공무원 봉급〓올해 2급이상 고위공무원의 임금동결에 이어 내년에는 일부 하위직을 제외한 전 공무원의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예산실의 입장. 하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임금동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 최종결정은 대통령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세수확보 대책〓올해의 경우 「허리띠 졸라매기」로 세수부족을 메운다 해도 내년에는 별 뾰족한 방안이 없다. 예산실은 공기업 주식매각 등을 내놓았지만 재경원 금융정책실은 증시침체 등을 들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공관리기금을 끌어다 쓰는 일도 관리기관의 반발로 어려울 전망이다. ▼세입내 세출원칙〓예산실은 들어오는 수입범위내에서 지출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내년도 예산증가율은 5∼6% 수준에서 정했지만 실제로 내년도 세입증가율은 2∼3%선으로 예상돼 이미 세입내 세출원칙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많다. 예산실은 5∼6% 증가율은 세출예산을 의미할 뿐 세입측면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6.5%로 전망하는 등 정부가 내년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일정〓오는 25일 당정협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규모 조정이 본격화된다. 신한국당은 대선승리를 위해 농어촌투자 교육 사회시설 복지분야, 공무원임금 전분야에 걸쳐 예산증액을 요구할 전망. 따라서 정부가 끝까지 5∼6%대의 증가율을 방어할지도 관심이다. 김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보고에서 긴축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주목된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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