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金善弘(김선홍)기아그룹 회장에게 일정기간 경영권을 인정하는 대신 나머지는 채권금융단의 조건을 수용하도록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회장의 사퇴와 아시아자동차 매각, 노조의 인원감축동의서 제출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기아와 채권금융단에 대한 절충안으로서 기아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관계자는 11일 『현재의 문제는 기아와 채권단이 서로 불신이 깊어 상대방의 요구를 전면거부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기아가 김회장의 경영권을 일정기간 인정받는 조건으로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비공식루트를 통해 김회장에게 △일정기간 후 퇴진약속 △아시아자동차 매각 △노조의 무조건적인 인원감축합의서 제출 등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채권단이 1천8백억원을 지원하고 부도유예기간을 연장해주겠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관계자는 기아측에 『김회장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긴급자금과 대선 때까지 최소한 4개월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며 기아정상화에 성공할 경우 명예퇴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제시했다는 것.
기아그룹측은 이에 대해 『김회장이 개인적으로 이같은 제의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며 『그룹으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아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김회장의 사표를 포함한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할 수 없으며 아시아자동차도 매각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아노조도 채권단이 요구하는 조건없는 인원감축 합의서를 제출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채권은행들도 「기아그룹이 김회장 등 경영진의 사직서와 노동조합의 인원감축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자금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있다.
제일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아그룹이 채권금융기관들의 전제조건을 수용, 정부와 금융기관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협력업체 연쇄부도위기 등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이·이희성·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