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채권은행단의 입장을 공식 지지함에 따라 기아사태는 「회사는 살리지만 주인은 바뀌는」방향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이날 金善弘(김선홍)회장의 퇴진을 전제로 기아그룹의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새로운 경영진을 들여 앉혀 이들과 정상화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 새 경영진은 채권단이 결정하므로 기아그룹은 사실상 은행관리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같은 구도는 현정권말까지로 한정된 「시한부 조치」라는 게 재정경제원의 설명.
채권은행단도 기아특수강과 기산이 이미 회생불능인데다 기아자동차도 지급보증으로 얽혀 있어 그룹전체의 자구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은행단은 다음달말 기아그룹의 정상화 가능여부에 대한 판정을 내리게 된다. 정상화 가능 판정이 나면 원금상환유예와 이자감면 협조융자 등 금융지원이 이뤄진다. 불가능 판정이 나면 청산이나 제삼자 인수의 길을 가게 된다. 제삼자 인수는 △부도유예기간 연장 △은행관리 △법정관리 등을 통한 방식 등 세가지다. 이 경우 최소한 6개월이상이 소요되므로 제삼자 인수는 어차피 차기정권에서 이뤄지게 된다.
기아경영진이 끝까지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부도처리후 법정관리를 거쳐 제삼자인수로 가게될 전망이다. 한편 기아에 대한 채권단의 대응이 진로 대농 등의 경우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진로 역시 주식포기각서 등을 내지 않았으나 채권단은 「진로 살리기」의지를 보이며 회사의 대출 및 지급보증 원금을 내년 9월말까지 상환유예했다.대농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1차 채권유예를 오는 27일까지 만 3개월을 허용했다. 사정이 나쁜 서울은행조차 1백76억원의 긴급자금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진로와 대농에는 『긴급자금을 받으려면 서류만 잘 갖추라』는 톤인데 반해 기아에는 『채권단 요구를 듣지 않아 긴급자금지원이 유보됐으므로 협력업체들의 자금난도 기아그룹 책임』이라고 강경일색이어서 대조를 보인다.
〈윤희상·임규진·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