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대책회의 결렬…채권기관 『자구계획 현실성없다』

  • 입력 1997년 7월 30일 20시 56분


기아그룹의 채권금융기관들이 30일 열린 1차 대표자회의를 회의개시 두시간 만에 다음달 1일로 전격 연기, 기아그룹 처리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그룹에 대한 59개 채권금융기관 대표자들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 모여 자구계획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金善弘(김선홍)기아그룹회장에게 일문일답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김회장이 『아시아자동차를 분리매각하면 기아그룹의 존립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별도의 경영권포기각서는 내지 않겠다』고 밝히자 부의안건을 일절 처리하지 않고 회의 자체를 무산시켰다. 특히 채권은행장들은 김회장에게 『자구계획에 현실성이 없고 너무 추상적이어서 믿기 힘들다』며 『8천8백여명의 감원계획도 과연 계획대로 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채권단 대표자들은 또 △아시아자동차는 반드시 분리매각해야 하며 △인력감축과 인건비 반납 등을 추진한다는 보장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대표자 회의가 결론없이 끝난 뒤 기아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李好根(이호근)이사는 『김회장이 조건부 퇴진의사를 밝힌 것도 회의가 무산된 주요한 이유』라고 말해 김회장의 조기퇴진을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기아그룹에 대한 채권회수를 오는 9월29일까지 유예하고 1천8백85억원의 긴급 자금을 내주기로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결정이 일단 유보됐다. 그러나 기아그룹에 대한 채권금융기관들의 입장이 서로 다르고 삼성 현대 대우 등 국내 거대 재벌그룹들이 모두 이 그룹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날의 회의무산은 제삼자매각을 추진하기 위한 하나의 수순일 것이라는 견해도 대두하고 있다. 〈윤희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