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살리기」쪽에 무게를 둬왔던 부도유예협약을 기아사태를 전후해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 일각에서는 지금 상황이라면 연말까지 30대그룹 가운데 4,5개 그룹이 추가로 부도유예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30대 재벌판도의 대폭 재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16일 『우리경제는 재벌 3,4개가 부도난다고 해서 좌초되기에는 규모가 커졌다』며 『부도난 재벌의 자산과 부채는 증발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주인이 바뀔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로 대농 기아의 사례는 재벌경영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정부가 추진중인 과다차입에 대한 세제 불이익, 결합재무제표작성 등 재벌경영 혁신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姜慶植(강경식)부총리 겸 재경원장관도 15일 『문어발식 확장과 빚경영으로 일관해온 재벌의 경영형태는 더이상 용납돼선 안된다』며 『기아사태를 구조조정과 산업합리화의 기회로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들은 부도유예협약을 해당 기업을 살리는데 비중을 두기보다 「새판 짜기」를 위한 완충장치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의 당초 취지는 일시적 자금난에 몰린 재벌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주자는 것.
하지만 재경원 관계자는 『진로그룹의 유예조치가 다음주말 완료되지만 자금난은 여전한 실정』이라며 부도유예조치가 기업회생에 별다른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음을 시인했다.
특히 재경원 내부에서는 은행여신잔액 2천5백억원이상 63개그룹 가운데 7,8개그룹, 30대 재벌중에는 4,5개 그룹이 부도유예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들 그룹은 부동산을 담보로 과다하게 차입한 뒤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아 온 것이 공통점』이라고 강조, 해당 그룹의 회생가능성에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李漢久(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은 『부도유예협약은 사후(死後)처리용 성격이 강하다』며 『죽기전에 살 길을 열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과 계열사 매각,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자발적 자구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세제가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규진·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