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60돌 서울우유]55년 가업 잇는 「우유3代」

  • 입력 1997년 7월 10일 20시 24분


11일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우유회사인 서울우유의 창립 60주년 기념일. 목장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경영하는 이 회사의 孫榮宰(손영재·66)조합원은 3대에 걸친 서울우유 가족. 그의 가업사(家業史)는 바로 우리나라 우유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지난 73년 작고한 아버지 德允(덕윤)씨가 목축을 시작한 것은 37세이던 지난 43년. 당시만 해도 들풀이 무성했던 면목동에 계변목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소 두마리로 시작한 일이 2대와 3대로 내려오면서 어느덧 55년 가업으로 이어졌다. 영재씨는 23세이던 54년 군 제대후 목장으로 돌아왔다. 『다른 일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우유를 짠다는 게 참 양심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소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먹는만큼 쏟아내주잖아』 전후 혼란한 상황에 환멸을 느끼던 그는 소에서 「희망」을 찾았던 것. 3대인 正烈(정렬·35)씨의 가업계승은 「당연」했다. 『어릴 때부터 우유에다 밥을 말아먹을 정도로 우유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건국대 축산대에 진학, 이론 교육까지 받았다. 사육우가 1백마리로 늘어난 지난 78년 목장을 경기 가평으로 옮겼다. 6만평 규모지만 풀을 심고 소를 다루는 일은 모두 컴퓨터로 자동화, 인부 2명으로 거뜬히 처리한다. 영재씨는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참 편해졌어. 옛날에 손으로 짤 때는 소와 씨름하느라 땀으로 목욕을 했고 소한테 걷어차이기도 했는데…』 영재씨는 지금도 우유를 하루 1ℓ씩 마신다. 가족 모두가 우유를 잘 먹어선지 모두 튼튼하다. 『잘하면 4대까지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렬씨는 여섯살난 아들 진호가 입버릇처럼 『크면 목장을 하겠다』는 것이 여간 흐뭇하지 않다. 정렬씨는 『세가지에서 최고를 이루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역사 기술 규모에서 한국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역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덕분에 이미 이뤘습니다. 이제 기술과 규모는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우유 부자(父子)의 천직의식이 전해져온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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